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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의 모든 것

안판선 감독 별세, 하얀거탑 협상의 기술 드라마 필모그래피 by 컨텐츠괴물 2026. 8.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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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거탑’, ‘밀회’,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 등을 연출한 안판석 감독이 2026년 8월 12일 별세했다. 지난달 뇌출혈로 쓰러져 병원에서 치료를 받아왔지만 결국 세상을 떠났다.

안판석이라는 이름보다 그가 만든 드라마 제목이 더 익숙한 사람도 많을 것 같다.

‘하얀거탑’을 시작으로 ‘아내의 자격’, ‘밀회’, ‘풍문으로 들었소’,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 ‘봄밤’, ‘졸업’, ‘협상의 기술’까지 필모그래피를 이어놓고 보면 한국 드라마에서 상당히 독특한 위치를 가진 연출가였다.

안판석 감독, 뇌출혈 투병 끝에 별세

안판석 감독의 건강 이상이 알려진 것은 지난 7월 말이었다.

당시 안 감독이 뇌출혈로 쓰러져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졌고 이후 상태가 호전돼 회복 중이라는 설명도 나왔다.

특히 차기작 ‘연애박사’는 이미 촬영을 모두 끝냈고 편집 작업까지 마친 상태라 방송 일정에는 문제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8월 12일 ‘연애박사’ 제작진을 통해 안판석 감독의 별세 소식이 공식적으로 전해졌다.

유가족이 조용히 마지막 인사를 나눌 수 있도록 장례 절차는 비공개로 진행된다.

안판석 감독 필모그래피, 40년 가까이 드라마를 만들었다

안판석 감독은 1987년 MBC에 입사해 오랜 기간 드라마 연출가로 활동했다.

1990년대부터 ‘사랑의 인사’, ‘짝’, ‘장미와 콩나물’ 등을 연출했고 이후 ‘아줌마’, ‘현정아 사랑해’ 등 다양한 작품을 맡았다.

2006년에는 차승원과 조이진이 출연한 영화 ‘국경의 남쪽’을 연출하며 영화에도 도전했다.

그리고 2007년 안판석 감독의 필모그래피를 이야기할 때 절대 빼놓을 수 없는 작품이 등장했다.

바로 김명민과 이선균이 출연한 ‘하얀거탑’이다.

안판석 하면 역시 하얀거탑

개인적으로 안판석 감독의 대표작을 하나만 고른다면 역시 ‘하얀거탑’이 가장 먼저 떠오른다.

병원이 배경이지만 일반적인 의학 드라마와는 상당히 달랐다.

환자를 치료하는 의사들의 활약보다 김명민이 연기한 장준혁을 중심으로 대학병원 내부의 권력과 정치, 인간의 욕망을 집요하게 따라갔다.

특히 장준혁을 단순한 악역이나 성공에 미친 인물로 만들지 않았다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실력은 누구보다 뛰어나지만 권력을 원하고, 그 욕망 때문에 점점 더 깊은 곳으로 들어가는 한 인간을 굉장히 건조하게 보여줬다.

안판석 감독은 ‘하얀거탑’으로 2007년 제43회 백상예술대상 TV 부문 연출상을 수상했다.

아내의 자격과 밀회, 안판석 색깔이 더 강해졌다

‘하얀거탑’ 이후에도 안판석 감독은 평범한 장르물보다는 사람을 둘러싼 사회와 조직을 들여다보는 작품을 계속 만들었다.

2012년 ‘아내의 자격’에서는 사교육과 중산층 가족의 욕망을 건드렸고 2014년에는 김희애와 유아인이 출연한 ‘밀회’를 연출했다.

‘밀회’ 역시 겉으로만 보면 상당히 자극적인 이야기였다.

나이 차가 큰 남녀의 관계가 중심에 있었지만 작품은 단순한 불륜 로맨스로 흘러가지 않았다.

클래식계와 상류층 사회의 권력, 돈과 입시 문제를 함께 끌어들이면서 개인의 사랑 뒤에 있는 사회까지 보여줬다.

이 작품으로 안판석 감독은 2014년 제50회 백상예술대상 TV 부문 연출상을 다시 수상했다.

풍문으로 들었소에서도 조직과 계급을 바라봤다

2015년 ‘풍문으로 들었소’에서는 안판석 감독 특유의 사회를 바라보는 시선이 조금 다른 방식으로 나타났다.

이번에는 대한민국 최상류층 가족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펼쳐졌는데 상당히 무거울 수 있는 내용을 블랙코미디와 풍자로 풀어냈다.

겉으로는 교양과 품위를 갖춘 사람들이지만 그 안에서는 돈과 계급, 체면 때문에 끊임없이 흔들리는 모습을 보여줬다.

생각해보면 ‘하얀거탑’의 대학병원이나 ‘밀회’의 예술계, ‘풍문으로 들었소’의 상류층 가족은 배경만 다를 뿐 비슷한 면도 있었다.

안판석 감독은 어떤 조직 안에 사람들이 들어갔을 때 욕망과 관계가 어떻게 변하는지를 유독 잘 보여주는 연출가였다.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부터 봄밤까지, 로맨스도 달랐다

안판석 감독이 대중적으로 다시 크게 주목받은 작품은 2018년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였다.

손예진과 정해인의 로맨스가 큰 화제를 모았는데 기존 로맨틱 코미디와는 결이 상당히 달랐다.

엄청난 사건이 벌어지는 대신 두 사람이 밥을 먹고 술을 마시고 길을 걷고 회사에서 생활하는 평범한 시간을 길게 따라갔다.

연애를 시작하는 결정적인 한 장면보다 일상적인 대화와 행동이 계속 쌓이면서 어느 순간 두 사람이 연인이 되는 방식이었다.

2019년 한지민과 정해인이 출연한 ‘봄밤’, 2024년 정려원과 위하준이 출연한 ‘졸업’에서도 이런 연출은 계속됐다.

그래서 안판석 감독의 로맨스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드라마를 보는 것보다 실제 사람들의 연애를 가까이에서 지켜보는 것 같다는 느낌을 받기도 했다.

안판석 감독 작품이 유독 현실적으로 느껴진 이유

안판석 감독의 작품을 설명할 때 자주 등장하는 표현이 ‘극사실주의’다.

실제로 안 감독은 좋은 드라마에는 그 시대와 현실이 담겨야 한다는 생각을 여러 인터뷰에서 이야기해왔다.

드라마이기 때문에 현실보다 과장된 설정이 들어갈 수 있지만 그 안의 세부적인 상황은 현실적으로 만들어야 시청자가 이야기를 믿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의 작품에서는 대사부터 조금 다르게 느껴지는 경우가 많았다.

인물들이 시청자에게 상황을 설명하기 위해 말한다기보다 실제 직장이나 가족 안에서 사람들이 이야기하는 것처럼 대화가 흘러갔다.

카메라 역시 감정을 과도하게 강조하기보다 인물들이 일하고 밥을 먹고 걷고 이야기하는 시간을 그대로 따라가는 경우가 많았다.

하얀거탑과 협상의 기술, 18년이 지나도 비슷한 부분이 있었다

흥미로운 것은 2025년 공개된 ‘협상의 기술’을 보면 다시 ‘하얀거탑’이 떠오르는 부분이 있었다는 점이다.

이번에는 병원이 아니라 대기업의 M&A 조직이 배경이었다.

이제훈이 전설적인 협상가 윤주노를 연기했고 기업 인수합병 과정에서 벌어지는 협상과 조직 내부의 이해관계를 다뤘다.

소재는 완전히 달라졌지만 전문적인 조직을 하나 정해놓고 그 안에서 사람들이 권력과 이익을 위해 움직이는 과정을 보여준다는 점에서는 안판석 감독의 오래된 관심사가 그대로 남아 있었다.

‘하얀거탑’이 대학병원이라는 조직을 파고들었다면 ‘협상의 기술’은 기업과 M&A라는 세계를 파고든 셈이다.

거의 20년의 차이가 있는 두 작품을 같은 감독이 만들었다는 점도 안판석 감독의 필모그래피를 다시 보면 흥미로운 부분이다.

안판석 감독 마지막 작품은 연애박사

안판석 감독의 마지막 작품은 오는 10월 공개 예정인 ENA 드라마 ‘연애박사’가 됐다.

추영우와 김소현이 주연을 맡았으며 로봇 연구실에서 만난 청춘들의 로맨스를 다룬 작품이다.

안판석 감독이 뇌출혈로 쓰러지기 전에 촬영과 편집 작업까지 모두 마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하얀거탑’부터 ‘밀회’,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 ‘협상의 기술’을 지나 ‘연애박사’까지 긴 필모그래피가 남게 됐다.

개인적으로 안판석 감독은 화려한 장면 하나로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는 감독이라기보다 인물들이 살아가는 세계 자체를 진짜처럼 만들어내는 데 강점이 있었던 연출가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20년 가까이 지난 ‘하얀거탑’을 지금 다시 봐도 병원이라는 조직과 그 안에서 움직이는 사람들이 크게 낡아 보이지 않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이제 새로운 안판석 감독의 작품을 만날 수 없게 됐다는 점은 아쉽지만, 오는 10월 공개될 ‘연애박사’는 그가 마지막까지 완성한 작품이라는 점에서 더 특별하게 남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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