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고 보는 배우' 박보영이 tvN 드라마 '미지의 서울'로 또 한 번 시청자들을 압도하고 있다. 단순히 예쁘고 사랑스러운 이미지를 넘어, 극과 극을 오가는 1인 2역 연기를 통해 그녀의 연기 스펙트럼이 어디까지 확장될 수 있는지를 제대로 증명해내는 중이다. 매회 "박보영 연기 미쳤다"는 반응이 쏟아지는 지금, 과연 '미지의 서울'은 그녀의 전작 '오 나의 귀신님'을 뛰어넘는 새로운 인생작이 될 수 있을까. 벌써부터 심상치 않은 그녀의 연기 포인트를 짚어본다.
쌍둥이지만 너무 다른 두 얼굴, 박보영의 신들린 캐릭터 소화력
'미지의 서울'에서 박보영이 연기하는 유미래와 유미지는 외모만 같을 뿐, 성격부터 분위기까지 모든 것이 다른 인물이다. 소심하고 상처 많은 언니 유미래가 처한 극한의 사내 괴롭힘 상황, 그리고 그런 언니를 대신해 서울 생활을 시작한 당차고 거침없는 동생 유미지. 박보영은 이 두 캐릭터를 오가며 때로는 안쓰러움을, 때로는 통쾌한 카타르시스를 선사한다. 특히 유미지가 유미래인 척 회사에 출근해 "나대지 말고 자리만 지키라"는 언니의 당부를 가볍게 무시하고 '맑은 눈의 광인'처럼 행동하며 주변을 당황시키는 장면들은 압권이다. 이전 작품들에서 보여주었던 사랑스러움은 기본, 이제는 캐릭터의 다층적인 면모를 표현하는 데 있어 한계가 없어 보인다.
눈물샘 자극한 오열 연기, 그녀의 감정선은 어디까지?
단순히 다른 성격을 연기하는 것을 넘어, 박보영은 각 캐릭터가 느끼는 감정의 골을 깊이 있게 파고든다. 1화 엔딩에서 죽음의 위기를 넘기고 서로를 부둥켜안던 쌍둥이의 오열 장면은 많은 이들의 가슴을 먹먹하게 만들었다. 또한, 유미지인 척 할머니를 찾아갔다가 정체가 발각된 유미래가 "서울에서 많이 힘들었어? ... 잘했다, 우리 미래"라는 따뜻한 위로에 모든 설움을 토해내듯 눈물을 쏟아내는 모습은 '박보영 표 감정 연기'의 정수를 보여주었다. 시청자들은 그녀의 눈물에 함께 울고, 그녀의 아픔에 함께 과몰입하게 된다.
1인 2역, 그 치열함이 만들어낸 연기 성장의 증거
한 화면에 두 명의 박보영이 등장하는 장면들은 어떻게 가능할까? 대역 배우와의 섬세한 호흡, 그리고 각 캐릭터를 따로 촬영한 후 CG로 합성하는 고된 과정을 거친다. 박보영 스스로 "이번 작품을 통해 연기력이 많이 늘었다"고 자신했을 만큼, 이러한 기술적, 감정적 도전은 그녀를 배우로서 한 단계 더 성장시키고 있음이 분명하다. 유미래일 때의 위축된 눈빛과 유미지일 때의 당당한 에너지는 화면을 가득 채우며 시청자들이 이야기에 완전히 빠져들게 만든다.
'미지의 서울', 박보영의 새로운 인생작이 될까?
물론 드라마는 이제 시작이다. 하지만 박보영이 '미지의 서울'을 통해 보여주고 있는 연기의 깊이와 캐릭터 소화력은 이미 그녀의 필모그래피에 또 하나의 굵직한 획을 그을 준비를 마친 듯하다. 유미래가 겪는 사내 괴롭힘의 진실이 밝혀지고, 유미지가 그 복수를 어떻게 이끌어갈지, 그리고 그 과정에서 박보영이라는 배우가 또 어떤 놀라운 연기를 보여줄지. 매주 그녀의 새로운 모습을 기다리는 것만으로도 '미지의 서울'을 봐야 할 이유는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