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BS 금토드라마 '귀궁' 15화는 그야말로 시청자들 뒷목 잡게 만드는 충격적인 전개로 마무리됐다. 경귀석만 있으면 중전의 목숨 정도는 구할 줄 알았는데, 어느새 그 경귀석에 화귀로 가득 찬 술이 부어져 무용지물이 될 줄 누가 알았겠는가. 결국 무방비 상태가 된 이정(육성재)의 몸에 절반쯤 빙의하는 데 성공한 팔척귀. 이제 그는 임금의 권력을 손에 쥐고 자신의 사람들로 조정을 채우려는 듯한 모습까지 보인다. 절대 권력을 가진 왕이 악귀에 씐 상황, 신하들은 속수무책이다. 이 비참한 상황을 타개할 방법은 이제 단 두 가지뿐이다.
팔척귀 천도 방법 1: 목숨 걸고 야광주를 불태워라?
이제 믿을 구석은 여리(김지연)와 강철(김지훈)뿐이다. 첫 번째 방법은 신적인 존재, 이무기 강철에게 달려있다. 오랜 기간 승천을 준비하며 강력한 힘을 비축해온 그이지만, 어째서인지 회를 거듭할수록 힘이 약해지는 모습이다. 인간 윤갑의 몸에 갇혀 인간의 감정을 느끼며 점점 인간화되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이제는 회오리바람 하나 제대로 부르지 못하는, 그냥 좀 버릇없는 인간 수준으로 전락한 것 같아 안타까울 지경이다.
가섭 스님은 말한다. 팔척귀급 원한귀를 상대하려면 강철이 가진 모든 '야광주'를 소진해야 한다고. 이유는 모른다. 그냥 그렇단다. 수십 년간 피지 않던 골담초 꽃이 그 소진을 도와준다고 하는데, 이 역시 이유는 알 수 없다. 가섭이 말하면 그냥 진리인 듯 받아들여야 하는 이 드라마의 불친절함, 이제는 익숙해질 법도 하다.
하지만 과연 이 방법이 통할까? 이미 팔척귀는 비비의 야광주까지 손에 넣은 상태다. 이렇게 약해진 이무기 강철의 야광주 정도로 그를 막을 수 있을지 의문이다. 만약 이 방법이 통하지 않는다면, 남은 희망은 단 하나다.
팔척귀 천도 방법 2: 여리, '저승사자'가 되는 길
두 번째 방법은 여리가 아껴두었던 최후의 수단이다. 바로 여리 본인이 직접 저승사자가 되어 팔척귀를 저승으로 데려가는 것. 이게 어떻게 가능한지에 대한 설명 역시 친절하지 않다. 그저 외할머니 넙덕이 그랬듯, 여리 역시 아주 뛰어난 자질을 가진 무당이라는 설정으로 이해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제아무리 사명감이 강한들, 인간이 자신의 목숨을 바쳐 왕가를 구하고 싶을까? 외롭게 자라온 그녀에게 이제야 겨우 마음을 나눌 강철이 곁에 있는데, 죽음을 선택하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섣불리 시도했던 천도재가 중전과 뱃속 아기의 죽음이라는 최악의 결과만 낳은 상황. 팔척귀는 그 정도 사과로 용서해 줄 순한 원한귀가 아니었다.
결국 귀궁 16회 예고편에서는 여리가 직접 저승사자가 되어 빙의된 이정 앞에 나타나는 장면이 공개됐다. 강철의 희생을 막기 위해, 그녀 스스로 자신을 희생할 결심을 한 것일까. 그녀의 선택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마지막 회에 모든 것이 달려있다.
그래서, 승천을 막았던 '그 아기'의 정체는?
15화에서 가장 궁금했던 것 중 하나는 과거 강철의 승천을 막았던 아기의 정체였다. 천금휘가 목숨을 걸고 구해냈던 그 아기. 하지만 허무하게도, 그 아기는 특별한 서사가 있는 존재가 아니라 그냥 용담골에 있던 아기 중 하나였을 뿐이다. 아마도 천금휘의 아들이었을 가능성이 제기되는데, 그렇다면 자신의 아들을 지키지 못한 한이 왕가의 후손들에 대한 증오로 이어졌을 수도 있겠다는 추측 정도는 가능하다.
'귀궁' 결말에 대한 단상: 낯선 설정 속 예측 불가의 재미
솔직히 말해 '귀궁'은 설정 자체가 친절한 드라마는 아니다. 야광주를 다 쓰면 이긴다거나, 저승사자가 되면 해결된다거나, 경귀석에 술을 부으면 쓸모없어진다는 등의 설정들은 너무 갑작스럽게 툭툭 튀어나오는 느낌이다. 이야기의 아귀가 딱딱 맞아떨어지는 쾌감보다는, '그냥 그런가 보다'하고 넘어가야 하는 부분이 많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지막 16회까지 결말이 전혀 예측되지 않는다는 점은 이 드라마의 가장 큰 미덕이다. 과연 여리와 강철은 어떤 선택을 할 것인지, 그리고 팔척귀의 최후는 어떤 모습일지, 마지막까지 과몰입해서 지켜볼 수밖에 없을 것 같다.